(뉴욕=연합뉴스) 김계환 특파원 = 미국 알래스카 최대도시 앵커리지에서 서쪽으로 400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한 소도시 베설에서 한국인 택시 운전기사를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고급호텔이나 콘서트홀 같은 문화시설은 거의 없지만 택시는 어디서든 볼 수 있어 미국 내 택시 천국으로 불리는 베설의 택시 운전기사 대부분이 한국인이거나 알바니아인들이기 때문이고 AP 통신이 21일 전했다. 현재 베설에서 운행되고 있는 택시의 수는 70대. 비록 많은 수는 아니지만 베설 인구가 5천900명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인구비율 면에서는 뉴욕보다도 많은 택시가 운행되고 있는 셈이다. 옐로캡으로 불리는 택시가 명물 가운데 하나로까지 꼽히고 있는 뉴욕에는 인구 149명 당 1대의 택시 가 운행되고 있지만 베설에는 인구 84명 당 1대의 택시가 있다. 베설의 택시는 미국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합승이 일상화 돼 있으며 이를 이상히 여기는 주민도 없다. 베설에 이처럼 택시가 많은 것은 커스커큄강의 삼각주 평지에 위치해 있고 주변에 수많은 늪지가 형성돼 있어 육상도로로는 접근이 불가능, 비싼 돈을 지급하고 비행기나 배를 이용해 차를 운반해야 하는 등 지리적 여건이 극히 열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휘발유 가격도 배럴 당 5달러 가까이 해 일반인들의 자가용 이용이 힘든 것도 소도시를 택시 천국으로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택시요금은 시내에서는 1회 승차에 4달러, 3마일 떨어진 공항까지는 6달러로 싼 편은 아니지만 베설 주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고 있다. 베설에서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김종인(72)씨는 "일자리와 깨끗한 공기가 있고 뉴욕처럼 많은 사람이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휘발유 가격과 보험의 오름세, 비싼 보험료와 생활비, 차량운송비 등으로 택시 운전기사들의 수입이 점점 떨어지고 있으며 최근에 발생한 택시 운전기사 정주영(41)씨 살인 사건도 택시 천국의 택시기사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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